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시/희곡>시>한국시
저자: 류시화 (지은이)
페이지 수: 192p
출판사: 수오서재
출판일: 2024-11-25
가격: 14400원
평점: ☆☆☆☆☆ (0.0)
인기 순위: 소설/시/희곡 주간 7위
ISBN13: 9791193238493
소개
‘당신을 만난 뒤 시를 알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가? 류시화의 시에는 그리운 길 몇 번이고 돌아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그간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을 펴낸 그는 인화지에 빛을 정착시키듯 단어들에 생의 감각을 담아낸다.
목차
살아 있다는 것
패랭이꽃 피어 있는 언덕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가시나무의 자서전
그리움의 모순어법
나의 사랑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랑
모든 꽃은 작은 밤
희망은 가볍게 잡아야 한다
그렇다 해도
한 사람을 위한 시
엉겅퀴꽃 나비 문양 상자
흰독말풀의 노래
나의 나무
너는 이름 없이 오면 좋겠다
모란 앞에서 반성할 일이 있다
나보다 오래 살 내 옷에게
함께, 혼자
자면서 웃는다
아프지 않은, 아픔
나는 낙타였나 보다
귀울음
반딧불이
노래
저항
나의 전기 작가에게
낭아초 꼬투리가 있는 풍경
내가 말하는 기차역은 언제나 바닷가 그 기차역이지
날개를 주웠다, 내 날개였다
추분
붙박이별에서 떠돌이별로
달팽이 시인
박수
슬픔의 무인등대에서
시가 써지지 않을 때면
제목이 없을 수도
눈의 영광
세상의 그대들
신이 숨겨 놓은 것
붓꽃의 생
새의 화석
우리가 두 개의 강이라고 당신은 말하지만
기러기 행성에서
너를 바라보는 내 눈은
고향
생일 기도
같은 별 아래
생각해 보았는가
틈
그것은 사랑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흉터에 대한 그녀의 답변
탱자
곤충의 임종을 지키다
이름 없는 새
지빠귀의 별에서 부르는 노래
세상의 구원자들
얼굴
사랑한다는 것
나의 마음
여행지의 벽에 적은 시
오늘의 바다
달에게서 배운다
당신은 나를 안다고 말한다
꽃 명상
새벽, 국경에서
무엇이 우리를 구원하는가
자신의 날개를 믿지 않으면
비의 새
눈물의 말
전생의 인연이라고 한 이가 떠난 날의 목련
당신이라는 날씨
물음표
히말라야 싱잉볼
민들레 유서
새에 대한 기억
눈 깜박거리지 않기
나의 언어
가시연꽃
새에게 구원받다
이별 후의 안부
라다크, 고개를 넘자 설산이 보였다
산다는 것
행복의 주문
가시엉겅퀴
전염병 시대의 사랑
나의 소년
문신
자주달개비의 시 - 초고
세계가 그대를 고독하게 만들 때
이 세상 떠나면
낮달맞이꽃 피어 있는 곳까지
이제는 안녕
그렇게 해
나는 작별이 서툴다
해설_우리에게 세 편의 시가 필요한 이유_이문재(시인)
책 소개
‘당신을 만난 뒤 시를 알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가? 류시화의 시에는 그리운 길 몇 번이고 돌아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시 한 편 한 편이 생생하고 실존을 흔들고 번개처럼 마음에 꽂힌다. 시를 통해 언어가 가진 힘을 실감하는 드문 경험이다. 그간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을 펴낸 그는 인화지에 빛을 정착시키듯 단어들에 생의 감각을 담아낸다.
첫 문장은 시인이 쓰지만 그 뒤의 문장은 읽는 이들이 마음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 시라고 그가 말하듯이, 시는 쓰는 이와 읽는 이 사이에서 오래 이야기한다. 꽃이라든가 새라든가 가시나무라든가, 때로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 주제를 이야기하면서도 감성이 있는 문장이란 이렇게 아름다운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슬픔의 음조로 존재의 시련과 작별을 질문할 때조차 아름답다. ‘백 사람이 한 번 읽는 시보다 한 사람이 백 번 읽는 시를 쓰라’는 말처럼,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시들. 한 권의 좋은 시집을 삶에 들여놓는 일은 불안과 절망의 언저리에 한 송이 고요의 꽃을 피우는 일이다. 사랑과 고독, 삶과 죽음, 희망과 상실, 시간과 운명에 대한 경이감을 그려낸 순도 높은 93편의 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당신을 만난 뒤 시를 알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가?
‘백 사람이 한 번 읽는 시보다 한 사람이 백 번 읽는 시를 쓰라’는 말처럼, 읽을 때마다 다르게 마음에 다가오는 시가 있다.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시로 쓰면, 남에게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안고 사는 사람들과 연결된다. 산다는 것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오가는 것이고, 시를 읽는 것은 마음속 파도 하나를 일깨우는 일이다. ‘당신을 만난 뒤 시를 알았네’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는가? 류시화의 시에는 그리운 길을 몇 번이고 돌아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밤늦게까지 시를 읽었습니다
당신이 그 이유인 것 같아요
고독의 최소 단위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사랑을 만난 후의 그리움에 비하면
이전의 감정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말도
시 아니면 당신에 대해 얘기할 곳이 없어
내 안에서 당신은 은유가 되고
한 번도 밑줄 긋지 않았던 문장이 되고
불면의 행바꿈이 됩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당신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전문
백 사람이 한 번 읽는 시보다
한 사람이 백 번 읽는 시
읽을수록 좋아하는 시가 늘어나는 매혹적인 신작 시집. 어디에서 읽기 시작하든 감성에 호소해 오는 시들. 시 한 편 한 편이 생생하고, 색채 풍부하고, 그리운 감각이 있다. 그 중 몇 편은 실존을 흔들고 번개처럼 마음에 꽂힌다. 시를 통해 언어가 가진 힘을 실감하는 드문 경험이다. 꽃이라든가 새라든가 가시나무라든가, 때로 삶과 죽음이라는 근본 주제를 이야기하면서도 감성이 있는 문장이란 이렇게 아름다운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슬픔의 음조로 존재의 시련과 작별을 질문할 때조차 아름답다.
육체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삶, 아프면서도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생을 담은 시적 자기 고백이 울림을 준다. 마치 시인이 직접 독자 옆에 다가와 시를 읽어주는 것 같다. 소리 내어 운율을 밟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도 즐겁다. 한 권의 좋은 시집을 삶에 들여놓는 일은 불안과 절망의 언저리에 한 송이 고요의 꽃을 피우는 일이다. 사랑과 고독, 희망과 상실, 시간과 운명에 대한 경이감을 그려낸 순도 높은 93편의 시.
뭍에 잡혀 올라온 물고기가
온몸을 던져
바닥을 치듯이
그렇게 절망이 온몸으로
바닥을 친 적 있는지
그물에 걸린 새가
부리가 부러지도록
그물눈을 찢듯이
그렇게 슬픔이 온 존재의
눈금을 찢은 적은 있는지
살아 있다는 것은
그렇게 온 생애를 거는 일이다
실패해도 온몸을 내던져
실패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돌릴 겨를도 없이
두렵게 절실한 일이다
- 「살아 있다는 것」 전문
섬세하고 통찰력 있는 시로
수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준 류시화 시인의 신작 시집
류시화 시의 특징은 인간의 깊은 곳에 있는 다양한 감정을 시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시집의 해설을 쓴 이문재 시인은 “고백하건대 나는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라는 문장 앞에서 꼼짝을 못했다. 고압 전류에 감전된 것 같았다. 한동안 다른 시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한다. 덧붙여 “이때 ‘당신’은 연인이나 벗일 수도 있고 절대자일 수도 있으며, 갑작스럽게 닥친 병마나 불행일 수도 있다. 그가 누구고 또 무엇이건, 우리에게는 일상적 삶에 결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사건과 같은 당신’이 있다”고 설명한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시집을 가까이하는 날들이 있다. 시인의 이름도 시의 제목도 기억하지 못한 채 말의 울림에 감동하고 공감할 때가 있다. 그렇게, 자기만의 ‘당신’은 우리를 시로 돌아오게 한다. ‘너는 너 자신을 떠나는 문이며/ 너 자신으로 돌아오는 문’이라는 시구처럼 우리는 자신에게서 떠났다가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그 곁에 류시화 시인이 쓰거나 옮긴 시집이 놓여 있을 때가 많다. 그가 발표하는 매 시집마다 깊이를 더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선사한다. 시인은 삶의 다른 시기에는 쓸 수 없었던 작품을 지금 쓴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그는 독자에게 갑자기 말한다. “이제 알아야만 해/ 정말로 이 삶을 사랑하는지/ 한순간도 심장을 떠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고독을 견딜 수 있는지”. 새로운 시집이 발표될 때마다 늘 읽고 싶어지는, 자신만의 존재감을 지닌 몇 안 되는 시인 중 한 사람이다.
새는 왜 돌 속에서 날갯짓을 하고 있었을까
날개 뼈에 붙은 깃이 다 떨어져 나갈 만큼
필사적으로
어디를 향해 날고 있었을까
아직도 고개가 위로 쳐들려진 채로
아름답다
나는 피부가 뼈에 달라붙을 만큼 이토록
온 존재를 다해
날갯짓한 적 없다
반드시 날기 위해 내장까지 텅 비우고
비상의 몸부림으로
깨뜨리고 깨뜨리고 또 깨뜨린 적 없다
나는 그냥 돌 속에 갇혀
상상 속에서만 날았을 뿐
몇만 년 동안 날갯짓을 해
마침내 돌을 반으로 쪼개고
세상 밖으로 나온
새
- 「새의 화석」 전문
자신 안에 가시가 아니라
시가 있는 사람
자신 안에 가시가 아니라 시가 있는 사람, 아니 가시가 있어도 시가 있는 사람이 좋다. 그 시에 찔리는 것이 좋다. 그때 자신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슬픔과 상실로 인한 잔가시들은 누군가를, 그리고 삶을 사랑했다는 증거이다.
장미는 그 많은 가시 속에 꽃을 피우면서도
저의 가시로 저의 꽃 찌른 적 없다
탱자는 그 많은 가시 한가운데 열리면서도
저의 가시로 저의 심장 찌른 적 없다
나를 보듯 가시나무를 본다
세상을 찌르려고 했나, 나를 찌르려고 했나
가까이 가도 아프고 가까이 와도 아픈
나는 왜 가시를 키웠나
- 「가시나무의 자서전」 전문
생애 한 번쯤,
시를 쓰고 싶게 만드는 시인
류시화는 생애 한 번은 시를 쓰고 싶게 만드는 시인이다. 그의 긴 다리와 걸음걸이는 평평한 길인데도 마치 생의 언덕을 오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시인이며 소설가인 찰스 부코스키의 말처럼, 시는 아무나 쓰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나 읽는 것도 아니다. 감성이 맞는 시를 만나는 것이 시 읽는 기쁨이다. 시는 말문이 막힌 인간 영혼에게 다가간다고 했다. 그간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을 펴낸 그는 인화지에 빛을 정착시키듯 단어들에 생의 감각을 담아낸다. 그럼으로써 평범한 일상어였던 한국어가 특별한 시적 언어로 탈바꿈한다. 첫 문장은 시인이 쓰지만 그 뒤의 문장은 읽는 이들이 마음으로 써 내려가듯이, 시는 쓰는 이와 읽는 이 사이에서 오래 이야기한다. 소리 내어 읽으면 그 시는 하늘로 날아간다. 그러고 보면,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 시 읽기에 좋았다.
나의 사랑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랑이여
나의 마음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이여
내가 가진 것은 부서진 음표밖에 없는데
나의 노래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노래여
불이었다가 얼음이었다가
나의 삶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나의 삶이여
절반은 사랑하고 절반은 미워하며
긍정이었다가 부정이었다가
나의 꿈이 되기를 거부하는 나의 꿈
나의 것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나의 모든 것이여
나의 얼굴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나의 낯선 얼굴
나의 사랑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나의 서툰 사랑이여
- 「나의 사랑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랑」 전문